감독 웨스 앤더슨
개봉 2014.03.20.
왜 성인들의 동화로 불리는가, 연출과 촬영기법에 대해
이 영화가 처음 개봉할 때 등급이 청소년 관람불가였습니다. 잔혹한 이야기와 잔인한 묘사를 담고 있지만 사람들은 흔히 동화적이라고 느낍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동화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것일까요? 첫째는 영화의 컬러입니다. 영화는 굉장히 과장되고 화사한 톤의 색보정을 과시합니다. 초반부 부다페스트 호텔의 영광을 그릴 때에는 강렬한 붉은색이, 중반부에는 화사한 핑크, 또 중간중간 화이트 톤이 주는 동화적인 느낌은 일품입니다. 동화의 삽화 같은 느낌, 마치 예쁜 엽서를 보는 것 같은 아름다움이 영화 내내 펼쳐집니다. 둘째는 미니어처 촬영입니다. 이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부다페스트 호텔의 전경부터가 가장 대표적인 미니어처입니다. 그 외에도 미니어처 기법은 많습니다. 후반에 나오는 스키 장면, 영화 호텔의 부감(*높은 위치에서 피사체를 내려다보며 촬영하는 것) 장면도 대부분 미니어처로 처리했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하늘은 그저 그림일 뿐입니다. 그렇다 보니 영화가 동화적 느낌,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분위기를 풍기게 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영화의 아기자기한 소품들까지, 이러한 미장센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표현함으로써 영화의 예술성을 드러냅니다. 셋째는 이영화에서 등장하는 과장된 캐릭터들입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행동을 모두 과장되게 표현합니다. 캐릭터마다 고유의 성격과 역할을 정확하게 부여하고 그에 맞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구스타브, 제로, 마담 D, 아가샤 코박스와 조플링 등 현실 인물이라기보다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라는 것을 그대로 표현합니다. 넷째는 연출입니다. 익살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연출을 통해 더욱 과장된 표현을 돕습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가볍고 동화적이며 유쾌하게 받아들여집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영화의 내용은 무척 잔혹하고 진지합니다. 마담 D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 독살과 유언장, 킬러 조플링의 잔인한 살인 장면들, 탈옥 과정에서 버스를 탈취하는 장면. 잔인한 내용을 너무 익살스럽게 연출하여 잔인하게 보이지 않게 됩니다. 다섯 번째, 카메라 또한 캐릭터들을 정면에서 줌인하여 익살스러움을 극대화하고 고정된 앵글, 평면적 구성을 주로 사용하여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한 느낌을 줍니다. 의도한 바를 명료하게 관객들에게 보여준다는 사실이 감독의 역량이 실감 납니다. 또한 스토리가 계속해서 안으로 파고드는 액자식 구성으로 지루하지 않게 박진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기본적으로 고전적 화면비를 이용하며 해당 연도에 따라 화면비율을 변경하고 장면들이 그에 맞게 만들어진 것이 인상적입니다. 감독의 철저함과 집요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화면을 전반적으로 세로로 길게 구성한 것도 특징적인데요, 인물의 동선, 세로 기둥 사이에서 벌이는 액션 등 영화 전체가 모두 세로로 표현되었습니다. 영화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 스토리가 함유하고 있는 의미를 말해주고 싶은 것 같습니다. 이영화는 '트럼프 대령의 삶과 죽음'이라는 영화의 오마쥬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작품인데 전쟁의 참상과 몰락을 가벼운 연애담의 형식을 빌려 고상한 유머로 표현한 걸작입니다. 부다페스트 호텔 역시 몰락과 파멸을 향해 다다르는이야기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했습니다. 제로가 그리워하는 세계가 바로 끝나버린, 몰락한 역사이며 그역 사로 대표되는 인물이 구스타브입니다.
제로와 구스타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제로는 요즘의 벨보이들을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변해버린 요즘의 것. 새로운 시대는 냉혹하고 당황스러운 것입니다. 더 이상 찾아갈 수 없는 영광의 시대는 익숙하고 그리운 동경의 세계입니다. 즉 제로가 바라보는 구스타브가 바로 몰락한 과거의 영광이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끝나버린 과거입니다. 그리고 제로가 받아들이기 힘든 벨보이야 말로 제로가 살아가는 재미없는 현실입니다. 영화는 1932년의 동화와도 같은 환상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그곳의 구스타브는 우아하고 품위 있는 남자입니다. 그리고 허영심 많고, 불안정하고, 돈이 많은 외로운 남자입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과거 역시 마찬가지로 허영과 거짓 영광의 시대입니다. 이 배경은 동유럽 과거 어딘가를 그리고 있는 것 같지만 영화의 배경인 주브로브카 공화국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진짜 같은 이유는 당시의 혼란스러움과 다양한 문화권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시대를 상징하는 구스타브는 마담D의 죽음과 동시에 위기에 봉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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