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감독 스티븐 달드리
화목했던 가족에게 비극을 일으킨 사건
오늘도 어김없이 아들 오스카에게 새로운 미션을 주어주는 아버지. 남들보다 지능과 집중력은 뛰어나지만 사회성과 공감능력이 부족한 아들을 위해 아버지는 언제나 그에 딱 맞는 게임을 준비했습니다. 아들 오스카에게 그런 아버지는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인생의 선생님이자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소중한 친구였습니다. 너무 익숙해서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가족의 화목은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비극에 의해 산산조각 나고 맙니다. 그날따라 일찍 집에 귀가한 오스카는 우연히 자동응답기에 저장되어있던 아버지의 메시지를 듣게 됩니다. 뉴스에서는 혼란스러운 도심의 상황이 생중계되고 있었고 아버지의 목소리는 점점 더 다급해져만 갑니다. 결국 오스카의 아버지는 911 테러의 희생자가 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오스카의 가족은 그의 시신도 찾지 못한 채 장례식을 치러야만 했습니다. 오스카는 그런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린 아버지. 이 슬픔을 말로 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을 극복하는 과정
1년 후 오스카는 점점 희미해져 가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붙잡기 위해 아버지의 옷장을 열어봅니다. 아버지의 유품을 살피던 중 오스카는 우연히 아버지가 남긴 작은 쪽지를 발견하게 되고 뒤이어 주황색 봉투에 담긴 의문의 열쇠를 발견합니다. 열쇠가게를 찾아간 오스카는 눈썰미 좋은 열쇠가게 아저씨의 도움으로 중요한 단서를 알게 됩니다. 봉투에 적힌 'Black'이라는 사람을 찾으면 이 열쇠의 출처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 오스카는 그날부터 뉴욕에 살고 있는 블랙이란 모든 사람들을 조사하기 시작하고 직접 한 명 한 명 찾아가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그전에 해결해야 할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충격적인 테러로 아버지를 잃은 오스카에겐 뉴욕은 죽음의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그렇게 공포에 휩사여 가는 오스카의 머릿속에 문득 아버지와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오스카는 그런 아버지를 떠올리면서 죽음의 공포에 기꺼이 맞섭니다. 블랙을 찾는 일을 거듭하여 실패하게 됩니다. 오스카는 점점 더 아버지의 죽음에 집착하게 되고 슬픔 속에 스스로를 고립시킵니다. 엄마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아들을 먼발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오스카는 그동안 홀로 견뎌왔던 슬픔을 엄마에게 분노로 쏟아내고 서로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생채기를 냅니다. 답답한 마음에 집을 나온 오스카는 할머니를 찾아갑니다. 그런데 문이 열린 채로 비어있는 할머니의 집.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따라가 방문을 열어보니 그곳에는 처음 보는 할아버지가 서 있습니다. 노트와 펜 또는 손에 'yes'와 'no'로 만 대화하는 할아버지. 말을 하지 못하는 할아버지를 보자, 오스카는 말도 못하고 썩어가는 마음의 상처를 할아버지에게 토해 냅니다. 할아버지는 묵묵히 오스카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대로 방에 들어가더니 도움을 주겠다는 쪽지 한 장을 건넵니다. 그렇게 시작된 어린 소년과 말 못 하는 할아버지의 어색한 동행. 사실 이 할아버지는 오스카의 친할아버지입니다. 2차 세계대전 독일의 공습으로 모든 것을 잃은 할아버지는 세상과 단절한 채 말조차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슬픔을 표현하지 않았던 할아버지와 달리 아홉 살 소년 오스카는 아버지의 유품 속 '블랙'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비극적인 이야기를 듣고 말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그리운 아빠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오스카의 모험은 슬픔과 두려움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연대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견디기 힘든 고통의 끝자락에서 오스카를 붙잡은 건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소년을 지켜보고 있었던 엄마였습니다. 사랑하는 남편을 잃었지만 아들을 위해 무너질 수 없었던 어머니. 오스카는 누구보다 자신의 고통을 이해해주는 가족의 존재를 느낀 순간 그제야 혼자가 아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상처와 눈물로 얼룩진 삶 속에서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은 다름 아닌 그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내 곁의 사람들입니다. 저마다 아픔의 종류는 다를 수 있어도 세상 어느 사람 하나 아프지 않았던 경험이 없다는 진리 아래 이겨내고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도 보여주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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